잡채의 사회복무일지 - 프롤로그
"밖에서 잘 지내고, 몸 관리 잘해라."
현역 복무 부적합 심사에서 통과하여 현역 복무 중 부대에서 전역 처리되어, 귀가를 도와주러 온 부모님에게 인솔되기 전 위병소까지 직접 자가용을 몰아 나를 내려주고 다시 부대로 돌아가는 행정보급관의 말이었다. 별로 감동받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내가 군 병원에서 재검을 받아 신체등급 4급이 나오기 전까지는 내가 아픈 곳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기 때문이다. 어쨌든, 정말 내 신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작전사령부에서는 내 역종을 보충역으로 전환시켰고, 그렇게 사회로 돌아오게 된 나는 마지막으로 거수경례를 하고, 부모님이 몰고 온 차를 타고 귀가하였다.
이 것이 2019년 11월의 일이었다.
위 사진처럼, 나 역시 편입자 통지서를 받았다. 나는 신체 문제로 4급을 받았기 때문에 소집 순위는 1순위로 분류되어 현역 전역 후 3개월에서 5개월 이내에 사회복무 소집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만약 신체 4급이 아닌, 정신과 질환으로 4급을 받고 보충역으로 전환될 경우 소집 순위는 맨 끝 순위인 5순위가 되어 처음부터 병역판정검사 4급을 받고 공익 소집 대기를 하는 일반 소집자보다 더 늦게 소집된다. 대체로 정신과 질환으로 복무 부적격자로 인정되는 경우, 정말 경미한 증상이 아닌 경우 거의 대부분 전시근로역으로 역종을 변경시켜 평시 병역의무를 면제시켜주는 추세라 대다수의 복무 부적격자 보충역들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으나 6개월 이내에 모두 사회복무요원 소집이 된다.
하지만 하필 내가 나온 시기에 일반 소집 대상자들, 그러니까 처음부터 보충역 판정을 받은 병역자원들의 본인선택 접수기간이 겹치고, 아직까지도 사회복무요원의 적체가 심한 탓인지, 병무청에서도 1순위 소집대상자들도 내년 3~4월이나 되어야 소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답변만 받았다. 모든 본인선택 접수 과정이 끝난 후, 병무청에 추가로 3번의 전화 문의 끝에 '4월 전에 통지서가 나갈 것이다'라는 확답을 받았다. 대학 복학이 걸린 문제라 조금은 절실했었던 탓인가. 그렇게 나는 소집 대기 전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와 짧았던 머리를 다시 기르고, 복무하면서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고, 아픈 몸을 관리하며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2020년이 되고, 당해 2월 18일 드디어 보충역 소집통지서를 받았다.
사진 캡션에도 달려 있지만, 현역 때 이미 기초군사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나는 보충역으로서의 군사훈련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바로 사회복무연수센터로 가는 것으로 정해져 있던 것이다. 그리고 소집 일시도 3월 23일로, 처음에 병무청이 말했던 4월보다는 훨씬 더 이른 시기에 소집이 되는 것이었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시나리오가 더 잘 흘러가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4월에 소집되면 대학 정규학기 복학 전 계절학기를 들을 수 없지만, 3월에 소집되면 계절학기를 듣고 정규학기에 복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복학 전 시간적인 여유도 훨씬 더 많이 생긴 것이다.
그렇게 연수센터 가는 것을 기다리고 있을 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신종 코로나)가 대구경북 지역을 시작으로 지역사회에 대유행하기 시작하는 바람에, 3월 4일 즈음 병무청에서 연수센터 기본교육과정은 취소되었고, 바로 복무기관으로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사실 연수센터 일정이 복무 기간에 포함되고, 기관에 출근하여 업무를 보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일정에서 교육만 들으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N수 경험으로 장시간 오래 앉아서 수업 같은 것을 듣는 것에 익숙했던 나는 내심 연수센터 입소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역병 같은 신종 코로나가 유행하고 있다니, 나도 그렇고 병무청 입장에서도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다.
프롤로그는 여기까지다.
시간적 여유와 환경적 여유가 허락한다면 사회복무를 하면서 느끼는 점이나 유용한 정보들을 공유해볼 생각이다.
물론 내 신상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