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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를 못 먹는 것이 아니다. CS가 나를 거부하는 것이다' - 업클, DRX 아카데미와 함께하는 LOL 챌린지 : CS편 참가 후기

0. 리그 오브 레전드

필자가 이제 막 중학생이 되던 2011년, 게임을 좋아하던 한 친구가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라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적잖은 충격과 흥미를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현재 롤이라는 게임 장르는 스타크래프트 1 유즈맵 중 하나였던 Aeon Of Strife (영원한 투쟁)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으며, 유즈맵 이름이 하나의 장르가 된 사례가 된 것이다. 플레이어 한 명이 단 한 개 캐릭터만 조종할 수 있으며, 정해진 숫자만큼 공격로가 있고, 적 오브젝트를 파괴하여 승리하는 것이 최종 승리 조건인 게임 장르. 아무튼 그렇게 해서 이전에는 이러한 장르 게임을 접해본 적이 없던 필자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듯이 자연스럽게 롤이라는 게임을 접하게 되었다. 그 때 14살이었을 것이다. 매일 학교 수업이 끝나면, 어렸던 필자는 PC방에 간다는 것은 정말 모험이었던 일이어서 컴퓨터가 있는 친구 집으로 가서 같이 롤을 돌리는 것을 더 선호했다.

필자와 상관 없는 사진. 그러나 10년 전 필자가 PC방에 갔었더라면 가장 유사했을 모습이라고 단언할 수 있겠다.

 

1. 시작은 했는데

하지만, 롤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AOS라는 장르를 기존에 즐겼던 사람들이라면 금방 적응하겠지만, 이제 막 초등학생 딱지를 떼고 중학생이 된 필자는 이제까지 플레이어 메카닉 기량이 크게 좌우되지 않는 RPG 게임, 캐주얼 게임만 해왔던 탓에 팀파이트가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서도 라인전을 하면서 상대방과 성장 차이를 벌리고 여러 라인에 개입하며 '팀을 유리하게 하는' 게임들은 문외한 그 자체였다. 롤을 한 지 10년 가까이 되는 지금은 당연히 위험 부담이 많거나, '트롤링'에 가까운 행위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그게 뭔지도 모르고 하고 싶은 대로 막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공격 속도에 미친 사람'이라는 별명이었다. 필자의 별명이었고, 왜 이런 별명이 생겼는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얼핏 생각나는 이유로는 '공격 속도가 빠르다 = 같은 시간에 공격을 더 많이 하기 때문에 상대보다 더 강하다'는 논리로 챔피언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어떤 챔피언을 하더라도 무조건 공격 속도 증가 아이템만 올렸기 때문에 그런 별명이 붙었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롤은 (장르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다면) 진입장벽이 너무 높은 게임이었다.

제일 먼저 접한 <리그 오브 레전드>의 챔피언 '티모'. 처음 했을 때 독침을 발사하는 소리가 너무 경쾌해서 미친듯이 공속을 올렸던 기억이 난다.

 

2. 이제 좀 AOS 장르 게임을 알겠는데 왜 이렇게 잘하는 사람이 많은거야?

그래도 다행인 것은 같이 게임을 하던 친구들이 꽤 많이 있어서 필자의 일자무식은 단시간에 바로잡혔고, 게임에 대한 이해도 조금씩 깨우치게 되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랭크 게임'이라는 것을 할 수 있는 레벨이자 당시 최종 레벨이었던 30레벨까지 올라갔고, 이미 랭크 게임을 하면서 티어와 등급을 받은 친구들의 조언을 통해 랭크 게임에도 입문했다. 그 당시는 아이언, 마스터, 그랜드마스터 티어가 없었고, 챌린저가 50명이었으며, 각 티어마다 5단계로 세분화되어있었다. 때문에 랭크 기록이 없는 계정으로 첫 배치(티어 배정을 위한 첫 랭크 게임 10판을 '배치'라고 부른다) 때 실버 티어 이상이 나오면 다들 입을 모아 '순조로운 시작'이라고 칭찬해줬을 정도였다. 그리고 6승 4패를 해서 첫 배치를 실버 티어 3단계로 받았다. 예나 지금이나 '브론즈 티어'라 하면 '롤을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 찍혀 조롱 섞인 농담을 주변인들에게 듣는 애처로운 티어였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필자는 브론즈에는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게임을 했었던 것 같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막상 배치를 받고 나니 실버 3이 불과 상위 70프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통계자료를 봤고, 여기서 더 올라갈 수 있는 자리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보고 한동한 랭크 게임만 주구장창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첫 배치 이후 거의 2년을 플레이하면서 도달한 최고 티어는 골드 3이었다. 2014 시즌 기준 상위 30프로 정도 되는 구간이었다. 2년을 투자해도 올라갈 수 있는 지점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결국 회의감을 느끼고 원래 있던 계정을 삭제하고 다른 게임을 전전하기 시작했다.

 

3. 문제는 바로 기본기

'그래도 롤로 귀결된다'는 게이머들 사이의 은어가 있듯이, 한동안 롤을 하지 않던 필자는 당시 새로 출시했던 맵인 '칼바람 나락'을 하기 위해 새로 계정을 만들고 롤을 다시 시작했다. 그렇게 칼바람 나락을 거의 500판 넘게 플레이하고, 다시 롤이라는 게임에 흥미를 되찾아갈 때 즈음에 다시 랭크 배치 게임을 진행했다. 또 실버 티어로 갔다. 원래 하던 대로 했는데 이번에는 골드에도 가지 못했다. 또 큰 좌절감에 빠지고 한동안 또 랭크 게임은 하지 않고 칼바람 나락만 하다가 시즌이 바뀌고, 새로운 티어들이 추가되면서 구간이 세분화되었다. 그렇게 바뀐 시즌에서 배치를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최하위 티어인 아이언에 배치된 것이다. 롤을 하면서 높이 올라가지는 못했어도 아예 바닥에 떨어진 적은 없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좌절이 계속되면 전진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였고, 그 때 생각난 것이 바로 '기본'이었다. 생각해 보면 게임을 오래 했지만 뭔가 기본기를 열심히 쌓지 않고 그냥 주변에서 하는 것들만 대충 따라하면서 눈칫밥으로 게임을 했던 것이 필자의 게임 실력 성장을 막은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기본기를 성장시킬 수 있는지 한참 고민하다가 마침 DRX 아카데미에서 진행하는 챌린지를 알게 되어 3주 동안 CS 수급 연습에 참여하게 되었다.

 

4. CS 수급에도 요령이 있었다

필자는 CS 수급에 대한 중요성을 잘 몰랐고, '막타 하나 쯤이야' 정도 생각으로 게임을 임했었다. 아주 옛날 필자가 롤을 하던 시절, 대략 7~8년 전에는 이미 고여버린 상위권 플레이어들을 제외하고 라인전 개념이 평균 수준 유저들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았었고, 좀 손해를 보더라도 대규모 팀 전투에서 승리를 하고 오브젝트를 챙겨가면 승리하기 아주 쉬운 구조여서 피딩 수준으로 적을 성장시킨 상황이 아니라면 CS에 너무 집착하지 않아도 승리를 챙기기 쉬웠다. 하지만 (한국 서버 기준) 거의 400만에 가까운 유저들이 롤을 플레이하고 있고, 예전에는 부각되지 않았던 기본기들이 이제는 필수적인 소양이 되면서 라인 CS 수급에 비교우위가 떨어지던 나는 솔로 캐리 라인으로는 갈 수가 없게 되었다. AD 캐리들의 성장을 보조하며 CS 수급보다는 라인전과 소규모 팀 전투를 위한 시야 장악 등의 역할을 맡는 서포터와 라인 상황 개입과 오브젝트 컨트롤을 통해 게임을 풀어나가는 정글러 위주로 많이 플레이하였다. 실제로 마지막으로 골드 티어에 갔을 때 모스트 챔피언이 출시부터 3년 넘게 1티어 정글러 자리를 꿰차고 있었던 리 신 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마치 조선 시대에 냉동되어 21세기 대한민국에 깨어난 냉동인간이나 마찬가지였다. 올라간 유저들의 평균 수준과 게임 수준이 너무나 적응하기 힘들었고, 제일 낮은 티어인 아이언부터 랭크 게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챌린지를 진행하면서 많이 달라졌다. 

제일 먼저 연습한 것이 시작 아이템 없이 라인에 가서 10분 동안 CS 수급 연습을 했다. 공격력을 올리는 챔피언들은 그래도 기본 평타 데미지와 모션이 괜찮은 편이라 먹기 쉬웠지만, 주문력을 올리는 챔피언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처음에는 AP 챔피언들로 시작 아이템 없이 CS 수급이 너무나 어려웠다.

1주차 서브 미션이었던 '평타 모션이 좋지 않은 챔피언들로 CS 수급하기'. 피들스틱으로 10분에 90개를 먹었다.
서브 미션 2일차. 무려 2웨이브 분량(12개)을 더 챙긴 모습이다. 사실 이 연습에서 포탑을 밀지 않고 포탑 사이에서 오버파밍은 금지였던 점이 함정.

하지만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니, 평타 모션이 좋지 않은 챔피언들로도 CS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가져갈 수 있게 되면서 조금은 라인전에서 CS 수급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특히 업클에서 발행 중인 컨텐츠인 'CS 정복부터:실전편'에서 CS가 라인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상세히 알려줬는데, 다른 부분들보다 가장 인상 깊게 봤던 부분이 바로 'CS 수급을 원활하게 하려면 라인전 주도권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필자의 플레이 스타일을 되돌아봤을 때 상대방을 공격적으로 견제하거나 그랬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 때문에 상대방은 견제를 상대적으로 덜 받게 되니 필자의 빈틈이 생길 때 파고 들어와 견제를 하고, CS 수급을 방해하여 성장 차이를 만들어 게임을 유리하게 가져가는 모습들 때문에 게임을 패배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 점을 깨닫고 조금 더 라인전에서 공격적으로 임하는 자세를 갖추게 된 이후에는 CS 수급은 물론이고 라인전도 상대적으로 편하게 가져가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맵을 넓게 보는 통찰력이 조금은 갖춰져서 판을 더 크게 보게 된 경향성이 생긴 것 같다.

챌린지를 진행하면서 많은 피드백 사항들이 있었다.

 

업클xDRX 아카데미 관리자들의 빠른 피드백. 관리자 2분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5. 챌린지의 결과

챌린지가 진행된 5월 11일 ~ 5월 31일 사이 필자의 솔로 랭크 게임 티어 그래프다. 브론즈 2단계에서 시작하여 실버 2까지 단숨에 올라왔다.

챌린지의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충분한 연습을 통해 갖춰진 기본기는 필자의 플레이 스타일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CS 수급이 너무 자연스러운 것이 되면서 훨씬 더 라인전 단계에 있어서 여유가 생겼고, 이렇게 생긴 여유는 라인전 이외에 다른 게임 요소들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라인전에서 절대적 우위를 가져가면서 플레이하는 상황이 많이 늘었다. 이 외에도 게임을 보는 시야가 넓어져서 휠씬 더 능동적으로, 적극적으로 상황에 따라 다른 라인 상황에도 개입하면서 일명 '스노우볼링'에 대해서도 확실하지는 않지만 느낌적인 느낌을 알게 되었다. 

 

롤을, 특히 CS 수급이 어려워서 긴장되고 스릴 넘치는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DRX 아카데미에서 진행하는 CS 챌린지에 한번쯤은 도전하여 작지만 가장 보람있는 기본기를 기르는 것이 어떨까? 나는 감히 추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