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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CPU 재결착 후, 섀시 혹은 CPU 쿨러 팬이 정상 작동하지 않을 때 해결법

AMD RYZEN 7 2700X 제품의 사진이다. (커버용)

컴퓨터를 오래 사용하거나, CPU 쿨러 교체를 할 때 바르는 서멀 페이스트를 깨끗히 닦아내기 위해 메인보드에 잘 결착되어 있던 CPU를 빼서 잘 닦아준 뒤에 재결착 후, 서멀 페이스트를 재도포하고, 쿨러를 다시 조립하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매우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한두푼도 아닌 컴퓨터를 잘 관리하면 잔고장 없이 꽤나 오래 쓰는 지름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통 잘 붙어있는 CPU 결착을 풀었다가 다시 재결착해주면 높은 확률로 아무 문제 없이 부팅이 잘 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BIOS에서 설정을 통해 컴퓨터 하드웨어에 여러 트윅을 적용해 둔 상태라면, 높은 확률로 CPU 재결착 후 부팅이 되지 않고 검은 화면에서 팬만 미친듯이 돌거나 켜지더라도 재결착 전에는 잘 돌던 팬들이 작동하지 않거나 하는 일들이 발생할 것이다.

 

이 글에서 다루는 문제는 다음의 상황을 상정한다.

1. 다른 부품들은 모두 정상인 경우 (PSU, CPU, RAM, VGA 등등)

2. CPU 결착 해제 후 쿨러 교체나 서멀 페이스트 재도포 등으로 CPU가 문제 없이 재결착된 경우

3. 부팅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져서 바탕화면까지는 나왔는데 섀시 팬이나 CPU 쿨러 팬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이러한 상황을 상정한 이유는, 필자의 컴퓨터는 조립한 지 이제 4개월밖에 되지 않은, 따끈따끈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대로 구실을 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컴퓨터이고, 조립할 때 사용했던 부품들에서 초기 불량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CPU 결착 해제 이전까지는 모든 팬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던 점을 감안하면, 아무리 컴퓨터 부품이 외부 충격에 예민하다 하더라도 CPU 결착 과정에 오래 잡아도 30분 안에 끝나는 작업에서 부품이 고장날 가능성은 거의 0%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컴퓨터 스펙은 대략 이렇다.

CPU AMD RYZEN 5 3600 (Matisse)
메인보드 ASUS B450M TUF PRO-GAMING
메모리 SAMSUNG DDR4 16GB PC4-21300 x 2
PSU FSP Hyper K 600W 80PLUS STANDARD 230V EU
VGA 이엠텍 GeForce GTX1660 SUPER STORM X D5 OC 6GB

문제가 발생할 만한 요소들을 검토해 보았다.

 

1. 오버클럭을 포함한 과도한 트윅 때문에 파워 서플라이에서 케이스 팬에 제대로 전력 공급을 하지 못해 팬이 꺼졌다 켜졌다 하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 → 모든 트윅 해제하고 바닐라 상태로 부팅시키고 팬 작동 확인, 비정상적인 작동이 식별되어 X.

2. CPU 재결착 시 서멀 페이스트를 새로 도포하면서 적당량 이상을 도포하여 쿨러 결착 시 서멀 페이스트가 흘러내려 CPU 소켓이나 메인보드 금속부에 간섭을 일으켜 문제가 발생하였다고 생각 → 다시 케이스를 열어 CPU 쿨러 부분을 확인해본 결과 서멀 페이스트가 흘러내리기는 커녕 페이스트의 흔적도 보이지 않아 X.

 

이렇게 두 개의 문제 요소들을 검토해봤지만 모두 문제의 원인이 아니었음을 확인하고,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우연찮게도 두 번째 재부팅 때 갑자기 팬이 미친듯이 돌다가 꺼지더니, BIOS가 초기화되면서 모든 트윅이 해제되었다. 여기서 문제의 실마리가 풀리는 지점이다.

 

3. CPU 재결착 후 BIOS가 새로운 CPU로 인식하여 BIOS 기존 설정을 모두 갈아엎고 순정 상태로 돌아와 팬 회전 설정이 꼬이는 경우 → 이게 문제의 원인이었다.

 

ASUS BIOS에서는 Q-Fan Control을 지원한다. Q-Fan Control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온도나 부하 용량에 맞게 팬 속도를 조절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다. (아마 ASUS 말고도 다른 제조사들에도 이런 기능들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이Q-Fan Control이  BIOS가 초기화되면서 같이 초기화되어 PWM으로 설정되어있던 필자 컴퓨터 팬 세팅이 전부 다 DC 세팅으로 바뀐 것이다. 

 

PWM과 DC가 뭔지 모르는 독자들이 분명 있을 것이고 필자 본인도 찾아봤는데, 전기공학적인 내용이 너무 많아서 문과 출신인 본인은 너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로 가득 차 있었다.

가장 핵심적인 차이만 말하자면 PWM은 '펄스 폭 변조'라는 팬 조절 방식이고, DC는 말 그대로 Direct Current의 약자로 전압과 전류를 조절하여 팬 조절을 하는 방식이다. DC 세팅의 경우 전압 조절을 위해 비교적 RPM이 낮아질 경우 전압을 떨구게 되는데, 이 경우 제대로 돌던 팬이 갑자기 꺼지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섬세한 조절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PWM은 방식은 비슷하지만 하드웨어적으로 신호를 보내는 장치가 하나 더 달려 있어 DC 방식의 팬보다 훨씬 더 능동적인 팬 조절이 가능하다. 요새 나오는 케이스들에 달리는 팬들이 PWM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전압, 전류와 상관없이 항시 RGB를 내뿜으며 돌면서 감성을 자극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아무튼 Q-Fan Optimization (팬 캘리브레이션)을 한 번 돌리고 나니 다시 재결착 이전의 상태로 돌아오게 되었다. 처음 보는 상황이라 필자도 당황했지만, 확실히 컴퓨터라는 것은 많은 돌발상황을 마주치며 그것을 해결해나가며 지식을 쌓는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